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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dle East/2018

[파키스탄] Lahore - Islamabad (7.14.-8.20.)


"그럴려고 온게 아니잖아" 너무 바뻐서 연락할 정신이 없었다는 푸념에 돌아온 한마디. 갑자기 뒤통수를 맞은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이 곳은 나에게 그런 곳이 아니였는데. 어찌 이런 길을 걸어 여기에 왔을까. 이상하게도 계속 그 말이 머리속에서 메아리처럼 맴돈다.


적응에 대한 걱정은 우려였을 뿐, 그 어떠한 한줌의 노력도 필요치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며 내가 두 해나 이곳을 떠나 있었다는 사실 조차 머리 속에서 모호해져 버렸고, 아직 속해 있는 사우디 Whatsapp 방에서 끊임없이 울려 되는 업무 메세지만이 내 과거의 자취를 간간이 상기시켜줄 뿐이였다. 


도착한 이래 정신없이 일만 했다. 쉬는 날 없이. 마음의 여유도 없이. 아편같은 책임감에 취해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아마 지금처럼 이슬라마바드 사무실 문이 잠겨 근처 커피숍에서 사내 인트라넷을 연결하다가 속터지게 느린 와이파이에 끝내 굴복하고 노트PC 대신 펜을 잡지 않았다면, 계속 라호르에 있었다면, 나는 지금도 이곳과 나와의 당위적 상관관계를 망각한체 위대한 기록에 도전하는듯 계속 야근과 주말 전일근무를 이어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오랜만의 1청사,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이른 비행시간에


비행기는 여느 방향이 아닌 서해안을 따라 남으로 내려간다


타이의 싱하 맥주


놓여진 모습을 바꾼 제주


한동안 잊고 지낸 항로의 비행기는 어느덧 익숙한 지명에 다가서고


깊은밤 우아하게 인도 국경을 넘어


나를 라호르에 내려 놓았다


나와사리프가 전날 라호르 공항에서 구금되고, 곧 다가올 선거로 도시는 묵직한 위험 속에 놓인듯 하였다


하지만 이곳은 라호르


내 마음가짐을 제외하고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조금 발전되었다고는 하지만


Galaxy Note8   26mm 1/1.7  Gulberg, Lahore


아담한 건물의 새로운 보금자리


금연 문구처럼 총기소지 제한 표시가 붙은 사무실


기존과는 발길이 전혀 다른 밥집들


천지가 개벽했다는 새로운 쇼핑물과


새로운 식구들까지 하지만 이곳은 변함없는 라호르


오늘은 나야(new) 파키스탄이 시작된 이후의 첫 독립기념일


신날것 없는 이들 모두가 거리로 뛰쳐나와


차에 올라타 밤새도록 크락션을 올리고 폭죽을 쏘아가며 오랜만에 찾아온 껀수를 즐긴다


Independence Day 14th-Aug 2018, Naya Pakistan


라비강을 넘어 북으로 북으로


온지 꼬박 한달에 되어서야 이슬라마바드를 찾았다


오늘은 한땀 빼는 날


파키스탄에 온 뒤 얼마만의 여유인가


북적이는 진나슈퍼 치카치노에 앉아 밤늦도록 수다에 아이스티를 빨고


비뚤어진 테그 싸구려 머리 위스키 한병 사서 통에 담아


이슬라마바드의 작은 나막만디 G9 의 고쉬트두깐 거리도 찾았다


Galaxy Note8   26mm 1/1.7  Namkeen Cuisine, G9 Islamabad


Galaxy Note8   26mm 1/1.7  Namkeen Cuisine, G9 Islamabad


Galaxy Note8   26mm 1/1.7  Namkeen Cuisine, G9 Islamabad


KPK의 상징 Khyber Pass Torkham Gate와 패기있는 양한마리 떡하니 걸려있는 곳 드러누운 빠탄들


주변 분위기를 더욱 그럴싸하게 만드는 아프간 식당과


발로치 찻집이 옆에 있고


루프탑에서 머튼티카에 콜라 섞인 싸구려 위스키 한잔


칸, 나야 파키스탄이 아닌 뿌라나 파키가 난 더욱 좋네


Galaxy Note8   26mm 1/1.7  Monal, Margalla hill, Islamabad


Galaxy Note8   26mm 1/1.7  Margalla hill, Islamabad


뿌연 안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이슬라마바드 시내를 보며


다시 파키스탄으로 돌아온 것을 잊고 만다


안녕, 이슬라마바드 공항이 이렇게 바뀌다니


장남감 같은 경비행기는 그대로지만


짧은 여정 다시 라호르로 돌아가네



나는 험블이란 단어를 알지 못했네. 정서적 바탕이 그 곳이라. 더럽고 미로처럼 복잡한 천호동 골목이 고향처럼 편안한 것처럼. 한국에 있는 두 해 동안, 나는 어깨에 힘을 주고 걷는 법과 미간 사이를 적절히 찡그리는 방법,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내 주장을 세우는 법을 익혔네. 이제 그 갈고 닦은 기술을 실전에서 실습해야 할 때. 장은 열렸어 하지만 이 곳은 파키스탄. 내가 배웠던 옳고 그름이 뒤박죽 되어 다시 새롭게 정립되는 곳. 양고기를 굽는 빠탄들의 밝은 미소. 먼지 잔뜩 먹음은 살아있는 공기. 험블. Naya Pakistan. within two minutes. "그럴려고 온게 아니잖아". "그럴려고 온게 아니잖아" 메아리처럼 계속 울리네.  돌아온 파키스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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