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ddle East/2016

[파키스탄] Takht-i-Bahi


Rawalpindi - Mardan - Takht-i-Bahi - Lahore


빠르다. 한국에서의 하루. 모든게 급해. 거대한 흐름은 미약한 나의 속도따위는 허락치 않네

곳곳이 날이 서있어.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보아도 미소는 커녕 피가 베어 맺히네


한국에 돌아온지 이제 석달. 나는 금새 녹초가 되었고 몇 번의 끔찍한 생각을 하게 되었지

많은 것을 얻어 왔다고 자부했건만 그렇게도 그립던 곳은 내 마음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곳이 되어있구나


문명이 발원한 곳, 그 강한 땅의 기운이 아직도 나를 사로잡고 있어

좁은 땅덩이 경쟁심만 부추기는 모두가 잘난 이곳의 생활은 내게 너무 갑갑하기만 해


파키스탄의 마지막 필름 한 롤 말아 택배함에 넣기까지 제법 많은 시간이 흘러 버렸어
간만에 한 숨 돌릴 수 있었던 선선한 밤, 술기운에 억지로라도 짜내지 않으면 내 기억 지워질까 두려워


세상에서 가장 느린 곳에서 가장 빠른 곳으로의 편입을 호되게 알리며 마지막 사진을 꺼내 걸어 본다

끝없는 미로속을 방황하는 몰모트가 되기 전에 말이지 



마지막 여행지로 한치의 손색 없는 곳


오랜만에 짐을 꾸려 먼 길을 떠난다


인연이 좀처럼 닿지 않던 마르단을 넘어


길가 노점상 딸기 하나 비닐봉지에 넣어


탁티바히에 들어선다


페샤와르였는지 탁실라 박물관에서 였던지 이제 기억은 아리송하기만 하지만


간다라 유물 위로


한 벽면에 걸쳐 펼쳐진 탁티바히의 사진을 보며


나는 이곳을 찾기로 마음 먹었었다


파키스탄의 앙코르와트


남는 것은 영혼이 아닌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허물 뿐 


세상의 흐름속에서 잘난 체 해봤자 결국 인간의 삶이란 단순하게 흘러가나 보다


화려한 불빛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이렇게 흔적만 남은 파키스탄 간다라 불교의


폐허


맑은 하늘 아래 거대한 벽처럼 뻗어있는 스와트의 산맥을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진 고대 도시에 걸터 앉아


바라본다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Kodak Portra160,  Takht-i-Bahi


SIGMA DP1Merrill  19mm 1:2.8  Takht-i-Bahi


수천년 전부터 구법 행각을 위해 길을 잇던 신념 가득찬 승려들은


열사의 아대륙에서 파미르의 혹한까지 범접할 수 없는 고행의 기억을 이 풍광 앞에서 바람으로 씻어 냈겠지


나의 걸음은 여기까지 스와트로 들어가는 길은 냉정하게도 나를 허락치 않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지만 섭섭하진 않다네 언젠가 다시 찾아 올테니


힘겨운 하루 강렬한 기억 모두 지는 해를 따라 저물어 가네



텅 빈 회색 빛 거린 참 허전해 쓸쓸한 기분에 유리창을 열어

내민 두 손위로 떨어진 빗방울 가득 고이는 그리움 나의 맘에 흘러

왠지 네가 보고픈 밤 차오르는 눈물  떠오르는 나의 맘 속 


비가 오면 내리는 기억에 번지는 아픔에 흠뻑 쏟아지는 너를 보다

선명했던 그 시간에 멈춘 채 추억에 젖은 채 아름다웠던 너를 그려 in the Rain 


길었던 참 눈이 부셨던 계절도 사진첩 속에 얼룩져 색이 바래질까

점점 깊어가는 이 밤 잊지 못한 약속 따뜻했던 품도 안녕 


태연의 Rain 중에서..




..파키스탄으로 돌아가기 닷새 전 부쩍 싸늘해진 저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