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hi Gate - Wazir Khan Mosque - Sunehri Masjid(Golden Mosque)
라호르의 구시가에 있는 델리 게이트는 이름처럼 인도를 향하고 있다
무굴시대에 축조된 이 문을 통해 수백년 전 부터 수많은 이들이 라호르를 떠나 아대륙으로 향했을지라
그 머나먼 길 상단을 이끌고 들어오는 행상들에게 이 라호르는 어떤 존재였을까
지금은 좁은 골목 어지럽게 전선줄이 엉킨
오래된 바자르
날카로운 잿빛 시멘트 건물 사이로
수백년 전 선조들의 흔적이 버려진듯 남아있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Shrine of Syed Suf
이 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와지르 칸 모스크가 나온다
파키스탄 이슬람 캘리그라피의 중요한 훈련소이자
잿빛의 시가에서 고독히 솟아 화려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방문자 모두를 금새 사랑에 빠뜨려 버리는 곳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Wazir Khan Masjid
나 역시 저항할 겨를도 없이 이 모스크의 매력에 빨려 들어갔다
17세기 샤자한 황제 시대에 7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모스크는
의사이자 훗날 펀잡 총독에 오르게 되는
Wajir Khan으로 알려진 Hakim Shaikh Ilm-ud-din Ansari 에 의해 건립 되었다
금요 예배에 앞서 서둘러 둘러보고 나오려 했지만
이 아름다운 모스크가 주는 기운에 나는 한 켠에 자리를 깔고 앉아
한동안 멍하니 모스크를 바라보았다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Wazir Khan Masjid
SIGMA DP1Merrill 19mm 1:2.8 Wazir Khan Masjid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Wazir Khan Masjid
SIGMA DP1Merrill 19mm 1:2.8 Wazir Khan Masjid
관리인에게 몇 푼 쥐어주고 모스크 지붕에 오르니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사람의 손길 밖 헤진 벽화와
나와 높이를 맞춘 미나렛
눈여겨 보지 않았던 각 돔의 치장까지
세월의 흔적이 비껴가지는 못했을지라도
온 몸으로 견디어 낸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구나
어느 노인은 기도를 위해 자신의 몸을 정갈히 닦고
어느 노인은 색색의 타일 속 마치 벽화와도 같이 현실감 없는 걸음으로 떠난다
문과 문은 하나 하지만 짙은 어둠으로 차 있다
오래된 등불
누구도 읽는 이 없는 이정표
돌아갈 길 잃어 버릴 것 같은 공포에 밖으로 뛰쳐 나와보아도
내가 살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혼령과도 같은 인파 속을 헤치고
애잔한 소리를 쫓아 걸음을 재촉해 보아도
삶과 삶 사이에 이물이 차있다
SIGMA DP1Merrill 19mm 1:2.8 Sunehri Masjid (Golden Mosque)
깃대에 걸린 채 하염없이 펄럭이는 깃발과도 같이
내 마음 흩날려 돌아가지 못하고
오늘도 이렇게 이국의 길만 배회한다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부동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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