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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Tour

Local Tour - 가야산 ('10.05.05.)


가야산 국립공원 - 칠불봉 - 상왕봉 ('10.05.05.)



모든 이들의 침묵은 내 짙은 고독을 흔들어 깨웠어

고대인들이 물로 잘라 끼워 맞춘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성벽처럼

반지레 빈틈없이 싸늘하듯 단단히 머리속은 무거웠만 갔어



삶에 대한 지리한 질문 답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지

굳어진 머리는 일탈만을 외치고 내 어깨를 누르는 많은 것들은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며 제곱의 포기를 강요해



새벽 5시 출발 산에서 일출을 보려 했으나 이미 성주 초입 해님이 올라와 버렸다


물안개 덮힌 고요한 가야산 자락의 어느 마을


어린이 날의 아침 6시 텅빈 백운동 주차장 


백운동 탐방지원 센터는 시인의 마을로 등산객에게 시집을 대여해 준다


천지를 뒤덮던 눈은 사라지고 어김없이 봄을 시작한다


내 눈을 즐겁게하는 녹색 그리고 새로운 시작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백운동 코스는 또다른 소리의 즐거움이 같이한다


그래 봄


이어지는 등산로


뒤틀린 고목 앞에서의 숙연함 내 무게의 부끄러움


세찬 바람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덧 발아래로 산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이 정상일거란 믿음을 가지며 스스로를 달래곤


구름도 가야산을 넘기는 힘든가 보다




1433m 가야산 제일봉인 칠불봉 도착 힘들어 거의 죽어간다


칠불봉에서 바라보는 1430m 상왕봉 


상왕봉에 누워 법정스님의 인도기행을 읽으며 산과 함께 잠들다




이상하게도 산을 오를 자신이 없었어

내 몸은 단시간에 너무 버려졌거든

새벽에 일어날 자신이 없었어

예정된 내일이 내 피로를 키워 버렸거든




하지만 배낭을 맨다는 것에 새벽에 홀로 길을 걷는다는 것에

창문 넘어 스쳐가는 풍경과 내음을 생으로 느낀다는 것에

그 행이 주는 해방감에 그렇듯 사진기를 챙기고 가방을 꾸리고

책과 음악 디스크를 잔뜩 차속에 마음속에 담고 길을 나섰지




몸을 가누기도 힘든 세찬 바람이 부는

아직 아무도 찾지 않은 정상에 배낭을 배고 누워

한동안 하늘을 바라봤어 추위가 찾아오면 읽던 책을 안으며

몸을 움크려 바위 사이로 비껴 누웠지




잠시 찾아오는 안락함 형용할 수 없는 청결함

이 바람이 내 삶의 무게를 땀에 실어 증발 시키고 있어

이 햇살이 내게 필요한 것을 이렇게 따뜻히 전하고 있어

수많은 포기에 아주 많이 더렵혀진 내게서



'10.05.09. pm9:10 from. 4번째 국립공원행 부동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