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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Beijing - Lhasa ('14.8.9. - 8.11.) 북경 서역 - 칭짱열차 - 라싸역 - 바르코트 코라 쩌렁쩌렁 귀를 울리는 익숙하나 의미를 알 수 없는 안내 소리. 바닥에 너저분히 흩뿌린 해바라기씨를 발로 문질러 치우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열차를 기다린다. 등뒤로 밀려나가는 배낭을 쥐어 가며 지친 몸을 기대어 보려 하지만 미약한 안도마저 내게 반복 된 의지를 요한다.티벳행 열차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로 대합실은 한족들로 넘쳐 나고, 그 후미진 구석. 무리에서 버려진 힘 잃은 들짐승의 모습으로 그 언제였던가, 이 시발을 그리며 머리 속으로 적어 내려갔던 수많은 구절을 떠올리려 노력해 보지만 내게 고개를 드는 건 잿빛 얼굴로 뒤 돌아 사라지는 상실 뿐이다. 차가운 바닥에 앉아 대도시 능숙한 운전 수들의 솜씨 마냥 한 치 앞에서 요리조리 내 무릎을 비켜 빠져..
Local Tour - 지리산 ('14.4.18. - 4.20) 동서울터미널 - 백무동 - 참샘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백무동 고단한 몸을 버스에 뉘여 더 깊은 어둠으로 들어선다둘둘말린 커튼으로 습기 가득 먹음은 창을 닦아 보지만과정을 잃은 현재는 도무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누군가의 지시로 인해 들어오는 빛과 안내가 나의 자존 보다 높다일상이란 숙취와도 같은 시간의 연속일 뿐이다 금요일 자정 백무동행 만석 버스에 오른다 어슴푸레 아침은 찾아오지만 겨우살이 한 가득 숲은 계절도 서두르지 않는다 참샘까지 올라 젖은 옷을 털며 숨을 고르고 있으니 지독한 안개 속 후회로 가득 찬 망령과도 같이 산객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백무동에 내린 시간은 새벽 세시 반 거대한 산의 기운에 모두가 잠들어 있고헤드랜턴의 영역은 흩날리는 빗방울로 가득 채..
Local Tour - 오대산 ('13.12.20. - 12.22) 상원사 - 적멸보궁 - 비로봉 - 상왕봉 - 북대삼거리 - 상원사주차장 - 보광휘닉스파크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홀로 심야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영동 고속도로에 올라 탄다 진부로 들어서자 침울한 표정의 하늘은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쏟아내고 작은 언덕에서 헛바퀴질을 반복하다 결국 체인을 꺼내어 감는다 엉기적거리며 오른 주차장 구석에서 침낭을 두르고 웅크린채 날이 밝아 오기를 기다린다 새벽은 극도로 고요했지만 떨칠 수 없는 추위는 치밀하게 계산된 주기로 나를 괴롭혔다 해가 오르자 시동을 걸고 히터를 한껏 올려 얼었던 몸을 녹인다 하늘이 밝아지며 어느새 눈발은 줄어 들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덮힌 들머리를 걸어 산을 오른다 예쁜 찻집도 산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고즈넉한 암자도 길 위의 이정표 모두가 눈 이불을 ..
Local Tour - 청계산 ('13.10.12.) - 민둥산 ('13.10.25. - 10.26.) 청계산역 - 원터골 - 매바위 - 매봉 - 원터골 청량리역 - 민둥산역 - 증산초교기점 - 민둥산 - 민둥산역
Local Tour - 수리티재 ('13.08.31.) - 원정리 - 청남대 ('13.09.01.) 수리티재 - 원정리 - 청남대 무슨 주문과도 같은 것이 있는지취기에 음악을 걸면추억을 바닥에 흩뿌려 그 위에 드러눕고 만다 기억 속 나는 논두렁 길을 걷고더 이상 그녀의 공연장을 찾지는 않았다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어느 순간 이후그저 지쳐있는 나를 나는 이기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그냥 질척거리는 긴장감만 늘어가고달려온 길에 이미 접어버린 손가락인생은 너무 길고 셈은 복잡하기만 하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어둠속으로 들어와 하늘을 치켜 본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어둠속으로 들어와 하늘을 치켜 본다 저 너머엔 그 꿈이 있겠지 총총한 별이 난파선에 희망을 얹듯이 나를 둘러싼 자욱한 안개가 걷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여명을 향해 일어선다 헛점투성이 일지라도 관조하듯 지켜 보아줘 견주듯 다그치지 ..
Local Tour - 월악산 ('13.06.28. - 06.29.) 월악산 휴게소 - 동창교 탐방지원센터 - 자광사 - 송계삼거리 - 신륵사삼거리 - 영봉 - 마애봉 - 덕주사 일상에 우리는 너무 많이 지쳐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들머리에 앉아 밤이 늦도록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였다 새소리에 눈을 뜨고 텐트를 걷고 나와 커피물을 끓인다 적막에 잠긴 주변을 휘 둘러 보곤 짐을 챙겨 오늘의 발걸음을 시작한다 소박한 사찰을 지나 물안개속을 뚫고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나아간다 돌보지 않는 인생은 수더분 하지만 오늘은 단단히 마음을 동여 매고 목표를 향해 걸어간다 저 틈새로 보이는 그 곳까지 뒤돌아 보는 삶은 조금씩 풍미를 갖추어 가지만 늘 현실은 쉽지가 않다 그 구분은 채 한시간 남짓이지만 지금을 기억에 담아 과거로 흘려 보내는 과정은 언제나 어렵기만 하다 또 다른 정상을 ..
Local Tour - 설악산 ('12.12.22. - 12.23.) 동서울터미널 - 남설악탐방소 - 대청봉 - 중청대피소 - 대청봉 - 소청 - 희운각대피소 - 양폭대피소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설악동 만차인 한계령행 고속버스에 몸을 올려 싣는다 이른 새벽 버스는 시간의 선상을 부지런히 달려 어둠을 밀어내며 설악의 문턱으로 이끌지만 전날의 폭설로 인해 뜻하던 한계령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다시 고개를 내려와 찾은 남설악 탐방지구 아직은 매끈한 매무새지만 뜻하지 않은 경로 변경으로 초입부터 치열하게 오르막을 치고 올라야 한다 조금을 올라 산객들 거리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즈음 준비해 온 음식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또 다시 힘을 내어 지긋한 오르막을 오른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달래려 잠시 쉬어가면 흐르던 땀이 몸 곳곳에서 얼며 길을 재촉한다 이제 대청봉이 얼마 남지 않았..
Local Tour - 경천대 ('12.09.08.) 상주 경천대 주말의 오전 아무도 찾지 않은 텅빈 극장에서 피에타를 보고 핸들을 잡아 40분 남짓의 경천대를 찾는다 잘 가꾸어진 길을 따라 손을 잡고 걷다가 어느덧 열기를 잃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촉촉하게 젖은 황토길에 맨발을 뭍으니 조금은 더 자연으로 들어온 듯 한 착각에 빠진다 먼 길 길게 굽이져 흐르는 낙동강 이지만 지나가는 계절은 붙잡지 못하나 보다 우리네 삶의 터전은 잡을지언정 흘러가는 물의 흐름에 세월을 거슬러 저 굽이 넘어에 아직 남아 있을것 같은 추억을 더듬어 서로를 확인 한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자신을 채우고 쉬어갈 터가 되기를 바라며
Local Tour - 대둔산 ('12.08.31. - 09.01.) 대둔산 야영장 - 동심바위 - 금강구름다리 - 삼선계단 - 마천대 - 케이블카 낯선 문을 열고 들어선다헐거운 자물쇠를 잠그고돌아서서 찬찬히 바라보는 방의 모습 많은 이를 거쳐간 너절한 이불삐그덕 거리는 바닥거미줄 가득한 창 넘어스산하게 부는 바람이 창을 두드린다 나는 어디에 있을까기억 넘어 고향 생각에 눈시울이 달아 오른다그렇게 오늘도 잠시 길을 잃고 만다 편리를 이용해 무작정 담아 넣어 오늘은 노동을 보태지 않고 그냥 즐길 것이니 하루를 넘어 이슬 맞은 텐트를 넘어 고요한 숲의 아침이 밝아 온다 두 눈을 부비며 물을 끓여 찌그러진 컵 반듯한 컵 하나하나에 커피를 만들고 전날의 만찬이 다 기시지 않은 아침을 맞이한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하늘을 올려다 보니 암봉이 길을 인도하고 아래선 서두르라 재촉하며 ..
Local Tour - 계방산 ('12.01.07.) 보광휘닉스파크 - 운두령 - 1492봉(주목군락) - 계방산(1,577m) - 주목삼거리 모든이가 잠든 고요한 밤에 소리도 없이 내리는 눈처럼삶의 도처에 순간의 생각이 흩날리다포기와 투항을 권장하는 꺼지지 않는 사무실 형광등을 볼때도묵직한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핸들 잡은 손아귀에 힘을 줄때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희망의 노랫말 한 소절저녁시간 오래된 주택가의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쌓이지 못하고 날려버리는 싸락눈처럼내 감정은 한줄도 채 이어지지 못하고 생성과 동시에 사라져 버린다 그토록 찾으려해도 찾을 수 없던 길이 이곳에 선명히 남아 있다 모두의 발길을 벗어난 삶은 거칠어 보이기만 하고 곧게 뻗은 길은 옳다며 내게 오라 손짓 한다 가슴에 깊숙이 남아 아물지 않은채 이제는 통증으로 아려오네 이렇게 몸이 시린것..
Local Tour - 조령산 ('11.11.19. - 11.20.) 이화령 - 조령샘 - 헬기포트 - 조령산(1,017m) - 신선암봉(937m) - 암릉구간 - 조령제2관문 - 문경새재 휘이 휘이 휘이 바람이 재를 넘는다숨구멍 하나 남겨두고 겹겹이 감싸은 내게바람의 한기를 타고 불안이 엄습해 온다자잘못 짜증 공포 미련과 후회 막막한 외로움내게 주어진 거대한 시간은 통일되지 못한채이렇게 부정의 감정으로 얼룩진다이것이 숨길 수 없는 지금 나의 모습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달리며 늘상 바라보던 그 산을 오늘 오른다 형용하기 어려운 이끌림 같은 것이 있었다 자욱한 밤안개와도 같은 일상을 술에 실어 웃음으로 나르고 내 몸 하나 의지할 작은 공간에 뉘여 눈을 감으니 감은 두 눈 위로 총총히 별이 떠오른다 수많은 생각들로 산란했던 밤이 지나고 저 멀리 여명이 하들과 대지를 이분하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