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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014

[티벳] Ganden Monastery - Namtso ('14.8.13. - 8.14.)



간덴사원 - 로우코라 - 라싸 - 남쵸 - 라겐다 고개 - 라싸


라싸에서의 넷째 날. 여느 우기의 날씨와 같이 밤새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 이어지고 있다. 덜컹거리는 남쵸행 버스의 창가에 빗물이 두드리고 내 이어폰에서는 임정희의 들어요가 합을 맞추며 흘러 나온다. 서둘러 움직일 때마다 조금 숨이 가쁜 것을 빼면 이제 고소증세는 많이 사라진 것 같으나, 배낭을 맨 어깻죽지가 아파 오는 것이 여독이 그 자리를 채우려나 보다.

 

세상이 그댈 밀치고 또 삶이 그댈 속이고 그대를 주저 앉히려 해도 귀를 기울이면

그댄 할 수 있어요 자신의 용기를 믿어요 항상 곁에서 그댈 지켜 주는 단 한 마음을

그대가 걷는 그 길이 그대가 택한 그 길이 아무리 험하고 거칠어도 그댄 할 수 있죠

그댄 강하니까요 강한 마음 있으니까요 그저 조용히 그대 마음에 귀를 기울여 줘요

진정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 임정희 들어요 중에서

 

간덴사원 코라 길 넘어 이야기로만 듣던 천장 터에 잠시 앉아 있었다. 엉덩이와 손을 짚은 바닥에는 사람의 뼈 조각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저 발치 아래에는 날이 선 섬뜩한 연장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땅에 꽂혀 있었다. 짐승들은 그 옆에서 태연히 재료가 의심되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먹고 있고 간간이 하늘엔 독수리가 날갯짓 없이 어디에선가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시간의 속도가 1.5배 쯤 늘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삶이란 뼈 조각에 붙은 고기 덩어리 이상의 가치를 구해야 한다. 지금 이리 떠밀려 가는 인생에서 방향을 잡고 욕심을 누르고 의미를 담아 하늘에 날리자. 수리가 물어 올리고 바람에 휘날리는 재가 고원을 넘어 이상을 향하여 날아 갈 수 있도록.

공안들의 검문으로 한동안 멈춰 있던 버스가 다시 덜컹거리며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다시 말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오늘은 성호 남쵸(4,718m)를 보기 위해 드높은 라겐다(5,190m) 고개를 넘어 열 시간 남짓 버스에서 보내야 하니깐.

 

'14.8.14. 09:05 남쵸행 버스에 앉아

 

 


다시 아침


밤새 내리던 비는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구불구불 굽은 길을 따라 올라


현실과 저 만치 떨어지면


하늘 위의 사원 간덴사원에 다가서게 된다


평화로이 야크는 풀을 뜯고


늘 서둘러 찾아오는 겨울에 앞서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Kodak PORTRA160


순례자의 발길이 그치질 않는다


조신하게 단장을 하고


아이들을 붙들어 함께 한다


비탈진 산허리 세상의 속도와는 다르게 야크가 노닐고


코라 옆으로 보여지는 광경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지구의 범주를 넘어선다


현실인가


허구인가


구분 할 수 없을 정도로


산을 휘감는 코라는 계속 이어지고


곳곳에 휘날리는 타르쵸와


산머리 누군가의 스투파만이


현실을 잇는 증표


부족한 공기만큼이나 차안과 피안의 경계가 모호하다


천장

 

망자의 영혼을 육신과 분리시켜

 

육신을 수리에게 보시해 덕을 쌓는 그들의 풍습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Kodak PORTRA160


달라이라마의 종파로 우리에게 알려진 겔룩파 간덴사원은


티벳 동란시 승려들이 중국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문화대혁명 당시 철저하게 파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곤 파괴한 이들로 하여금 다시 복원 중이며


파괴한 자들의 유산으로 둔갑되어 자랑삼아 선전되어 지고 있다


이 미로와도 같은 사원들 안에


동물과


사람과


신이 더불어 살아간다


척박한 땅을 일구고


하늘에 닿을 길을 닦아

 

남쵸로 향하는 길


변두리 작은 마을 지나


습기 먹은 창을 손으로 문질러 빼꼼히 밖을 내다보니


또 다시 우기의 하늘이 고원에 비를 뿌린다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Kodak PORTRA160


힘겹게 넘어 온 탕구라 산맥

 

길은 계속 이어져


변주가 무쌍한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까지


룽다의 펄럭대는 소리가 귀 한 가득 넘어 온 세상을 채운다


남쵸(4,718m)


그 거대한 호수 위로

 

짙은 먹구름 가득하고


나부끼는 염원의 깃발이


삶을 평안으로 인도해


그 차가운 바람 내 안의 떨칠 수 없던 울화를 잠재우네


진눈깨비 추적이는


라겐다 고개 이면에서



아이야. 처음으로 네게 글을 쓰는구나. 아버지는 티벳이라는 곳에 있는 장엄한 호수를 보고, 눈 오는 탕구라 산맥의 어느 고개를 넘어 내려오는 길이란다. 이곳은 춥고 고독하지만 매우 성스러운 하늘 호수가 있는 곳이란다. 아버지는 지금 이 고원의 순례길을 돌며 너와 네 어머니의 행복을 부처님께 빌고 있단다. 건강하게 태어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수 만의 길을 걷자 구나. 너의 두 발과 두 손으로 광활한 세상을 느끼며 자라나기를 바란다. 우렁찬 울음으로 시작해 끝이 없는 웃음으로 우리 모두에게 행복을 전해주렴. 늘 사랑하는구나.

 

'14.8.14. 16:55 세계의 지붕에서 아버지가




돌아 온 라싸의 산 머리에 새하얀 눈이 쌓이고


해 넘어 어둑해진 하늘 아래


오늘도 넌 묵묵히 그곳을 지키고 서있네





.M7 Leica Summicron ASPH 35mm 1:2 Kodak PORTRA160/FUJIFILM Velvia50

.X-Pro1 FUJINON ASPH SuperEBC 35mm 1:1.4 Provia/Velvia100+++

.X-Pro1 Voigtlander Ultra wide Helliar 12mm Provia/Velvia100+++

.SIGMA DP1s 16.6mm 1:4

 

<..4편에서 계속..>